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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들의 쇼핑몰,다크웹 추적기] ④오픈웹도 위험하다기업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정체 모를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A씨의 네이버 계정에‘이상 신호’가 감지됐다.국적 불상자가 A씨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을 시도한다는 알림이었다.즉시 해외 접속을 차단시키고,비밀번호도 바꿨다.6월 1일 티빙으로부터 유출 안내 공지를 받은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벌써 피해가 속출했다.육아용품 거래를 위해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들어가 보니 이미 수백 건의 채팅이 발송돼 있었다.누군가가 A씨 계정으로 중고거래 이용자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연락처로 연락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중고나라 카페에서는 사기 방지를 위해 일대일 채팅으로 거래를 유도하면서 개인 연락처를 공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계정을 도용당한 A씨가 중고나라 이용자들에게 해킹 피해 사실을 알리며 거래하지 말라고 보낸 메시지.A씨는 자신의 계정으로 수백 건의 거래 유도 메시지가 발송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해명했다.A씨
계정을 도용당한 A씨가 중고나라 이용자들에게 해킹 피해 사실을 알리며 거래하지 말라고 보낸 메시지.A씨는 자신의 계정으로 수백 건의 거래 유도 메시지가 발송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해명했다.A씨 제공 A씨의 계정은 정지됐고,회원들은 A씨를 사기꾼으로 여겼다.“사기치지 마라”,“똑바로 살아라”는 욕설이 돌아왔고 일부는 A씨를 신고하거나 공범이 아니냐고 추궁했다.A씨는 수십 명에게 일일이 “거래하지 말라.계정을 해킹당했다”며 경찰 접수 사실까지 알렸다.하지만 이미 발송된 채팅이 수백 건에 달해 모두에게 해명할 수는 없었다.A씨가 가입한 적 없는 카페에도 가입돼 있었다.경찰에도 두 차례 찾아가 신고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가 중단됐다.

또 다른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인 B씨는 유출 사고 직후 보이스피싱 사건에 휘말렸다.B씨의 은행계좌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유출된 B씨의 개인정보에는 환불 계좌번호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6월 말 계좌에 모르는 사람 명의로 20만원이 입금됐고,이후 정체 모를 1원 입금도 두 차례 이어졌다.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처음에는 수강료로 생각했다가 뒤늦게 모르는 사람이 보낸 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반환을 문의하려 했지만 이미 계좌가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신고돼 거래가 정지된 뒤였다. 

이른바‘핑돈’수법이다.타인의 계좌에 소액을 송금한 뒤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신고해 지급정지를 유발하는 수법이다.이후 계좌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B씨 외에도 10명가량이 같은 방식으로 2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일상은 여전히 마비돼 있다.카드 대금과 월세,직원 급여 등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워졌다.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급한 돈을 처리했지만 몇 달씩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B씨는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모든 게 연체되고 너무 힘들다”며 “사무실과 매장 역시 명도 소송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서 털리면 중국서 팔린다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한국 넥슨 계정 판매글에 달린 후기글을 번역한 모습.불법 계정 판매글이지만‘서비스가 최고입니다’등 평범한 상품과 같은 후기가 달려 있다.타오바오 캡처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한국 넥슨 계정 판매글에 달린 후기글을 번역한 모습.불법 계정 판매글이지만‘서비스가 최고입니다’등 평범한 상품과 같은 후기가 달려 있다.타오바오 캡처
국민일보 테크이슈팀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화이트해커 양성 프로그램‘화이트햇스쿨’출신 위협분석그룹‘다크넷즈’와 타오바오,시엔위 등 중국 오픈마켓의 한국 계정 판매 실태를 분석했다.판매자들은 한국의 인터넷방송 플랫폼,게임,쇼핑몰,드럭스토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계정을 최대 수천개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매물로 내놓고 있었다.출처를 알 수 없는 무수한 한국인 명의 계정들이 국경 밖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판매글에서‘한국 실명인증'과‘휴대전화 번호 인증’이 완료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곧바로 로그인 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인증이 완료된 계정은 값이 더 비쌌다.인증이 되지 않은 넥슨 계정은 개당 4.5위안(약 900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반면 인증이 완료된 넥슨 계정의 가격은 최대 약 250위안(약 5만원)까지 뛰었다.판매글 중 가장 비싼 계정은 올리브영 계정으로 건당 388위안(약 7만8000원)이었다.

판매자들은‘비밀번호 변경 지원‘계정 정지 시 환불’같은 홍보 문구도 앞세웠다.한 판매자는 자신을‘한국 실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강남언니 계정의 판매자는‘업계 경력 5년,신용 보증’이라는 광고 문구를 달았다.불법 계정 판매자의 신용은 확실한 A/S에서 나왔다.티빙 계정 판매자 C에게‘로그인이 막히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저희 계정은 최소 200개 이상 있다.로그인이 안 되면 교환해주겠다”고 말했다.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시엔위’에 올라온 인터파크 계정 판매글.판매자는 직접 구매가 가능한 인증 계정이라고 강조했다.시엔위 캡처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시엔위’에 올라온 인터파크 계정 판매글.판매자는 직접 구매가 가능한 인증 계정이라고 강조했다.시엔위 캡처
실명인증을 위해선 한국인 명의 개인정보가 필수적이다.하지만 계정의 출처는 불분명했다.티빙 계정 판매자 C에게 계정의 출처를 묻자 “가족 명의로 직접 가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가족의 명의로 어떻게 200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상적인 구매자가 아닌 것 같다”며 대화를 차단했다.인터파크 계정 판매자 D는 “이 상품은 완성 계정이라 이미 인증이 완료돼 바로 로그인해서 쓰면 된다”며 “제 명의로 연동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거래 및 명의도용을 통해 계정을 생산한다는 업자도 있었다.판매자 E는 자세한 대화는 텔레그램에서 하자며 외부거래를 유도했다.그는 “제휴 업체를 통해 실명 자료를 구매하고 있다.매일 대략 수십개씩 구매한다”며 “실명 자료 때문에 계정을 원래 명의자가 되찾아가는 일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첫 거래이니만큼 계정 하나를 만들어 보내주겠다.확인해서 문제가 없으면 거래해도 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취재팀은 실제 계정은 받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 이력이 있는 기업 외에도 여러 한국 기업의 계정이 판매 중이었다.가장 많이 팔린 것은 온라인방송 플랫폼의 계정이었다.판다TV 계정의 누적 판매수는 7000건이 넘었다.숲 계정 판매글엔 700개가 넘는 리뷰가 달려 있고 그중 99.5%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한 구매자는 지난 18일 “나쁘지 않다.성인방송도 볼 수 있다”고 적었다‘할인 행사’도 진행했다.한 판다TV 계정 판매글은 원래 19.99위안(약 4000원)에서 8.99위안(약 1800원)으로,숲 계정 판매글은 15.99위안(약 3200원)에서 7.99위안(약 1600원)으로 반값 세일 중이었다.

판매글에서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인터파크 계정 판매글에는 본인인증을 진행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었다.화면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휴대전화 번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다만 해당 계정이 누구의 계정인지,실제 존재하는 개인정보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타오바오에서 한국인 계정을 판매 중인 판매자들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모습.AI 생성 이미지
타오바오에서 한국인 계정을 판매 중인 판매자들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모습.AI 생성 이미지
타오바오 계정 판매자들과의 대화 중 채팅방에는‘플랫폼은 인터넷 사용자 계정류 상품·서비스 거래를 금지하며,자바스크립트 스크롤 이벤트위반이 확인되면 엄격히 처분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떴다.하지만 경고문은 아무 효력도 발휘되지 않았다.판매자 D는 해당 경고 문구 뒤에 곧바로 “계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판매자들은 위법 여부를 개의치 않고 판촉을 이어가며 구매를 종용했다.왜 한국 계정을 판매하냐는 글에 한 판매자는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다.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위법적인 판매글을 모니터링하고 삭제 요청을 하고 있지만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이 KIS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0명의 인력이 500만개가 넘는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삭제 조치 등을 요청하고 있다.타오바오와 시엔위는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KISA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타오바오와 시엔위에서 약 3313개의 판매글을 탐지해 삭제를 요청했고,이 가운데 3240건이 삭제됐다.

하지만 불법이 의심되는 계정 판매글은 꾸준히 올라온다.삭제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사실상 없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글을 발견해서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하고는 있지만 삭제 의무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글이 안 지워지는 경우도 있다”며 “플랫폼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서 판매글 삭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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