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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 또다른 위기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4년간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한 것은 역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린다는 위기감 때문이다.EU 자동차 산업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웃돈다.직간접 일자리도 1300만개(2024년 기준)에 이른다.제조업 생태계 최고 정점에 있는 자동차 산업이 중국차에 잠식당할 경우 그 충격은 완성차 업계를 넘어 부품 업계와 고용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EU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4년 1.5%에서 올해 9월 9.6%로 뛰었다.이미 한국(7.1%)과 미국(4.2%) 브랜드를 앞질렀고 일본(12%) 브랜드와 격차도 좁히고 있다.친환경차 시장에서는 기세가 더욱 가파르다.유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2024년 2%에서 올 상반기 25%로 치솟았다.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기본 관세 10% 포함)의 관세를 매겼다.하지만 하이브리드 차종은 추가 관세 대상에서 빠졌고,영화 도박마중국 업체들은 그 빈틈을 집중 공략했다.
◇국내 업계‘제2의 테슬라 사태’우려
중국산 전기차가 해외로 쏟아지는 배경에는 극심한 내수 부진이 있다.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줄었다.반면 수출은 66.7% 늘어난 715만3000대에 달했다.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 시장의 판매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문제는 유럽에서 막힌 중국산 하이브리드가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겠느냐는 점이다.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유럽 수출길이 좁아진 중국 업체들이 규제가 느슨한 한국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대거 돌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한국에서 만회한 테슬라의 사례는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지난해 테슬라의 유럽 판매는 전년보다 26.9% 줄었다.경쟁 심화에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감까지 겹쳤다.중국 내수 판매도 4.8% 감소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모델Y를 종전보다 2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한국에 들여왔다.그 결과 모델Y는 올해 1~9월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기아 쏘렌토에 이어 판매 2위를 차지하고 있다.테슬라가 유럽 등으로 수출하던 상하이 공장 물량 상당수를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게 국내 업계의 추정이다.
같은 일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중국 BYD는 지난 6일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6 DM-i의 사륜구동 모델을 4190만원에 내놨다.비슷한 사양의 유럽 판매가는 3만9990유로(약 7000만원)로,한국 판매가가 3000만원 가까이 싸다.지커·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 지리자동차가 대주주인 볼보·폴스타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의 국내 판매를 늘리고 있다.
◇주요국은 빗장,한국만‘열린 문’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7.5%의 관세를 매긴다.2027년형부터는 보안을 이유로 중국 기업이 생산하거나 중국 기업의 특정 통신·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커넥티드카의 판매도 금지한다.일본은 충전망 구축과 자국산 배터리 사용 실적 등을 따져 업체별로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여기에 더해 일본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는 1대당 40만엔의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
반면 한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8% 관세만 물리고 있다.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공급망 기여도,안전성,사후관리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문턱이 높지 않다.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국내생산세액공제’신설이 담겼지만,국내 업계가 요구한 전기차는 대상에서 빠졌다.
유럽의 수입 억제가 현실화하면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차종을 더 늘리거나 가격 경쟁을 강화할 유인도 커진다.현대차·기아가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SUV까지 중국차의 가격 공세에 노출되면,전기차뿐 아니라 현재 수익을 내는 주력 차종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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