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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모습.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모습.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뉴스1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려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습니다.”

12년 전 오늘인 2014년 10월 9일.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50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했다.수백억원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남편과 3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이어온 아내가 남편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숨지게 한 것이다.여성은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전화해 범행 사실을 알렸다.

사건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벌어졌다.이모씨는 술을 마신 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든 남편 변모씨의 팔다리를 묶은 뒤 베개로 얼굴을 눌렀다.변씨는 결국 질식해 숨졌다.

범행 약 2시간 뒤 이씨는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내가 남편을 죽였다”고 신고한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불법 택시 영업을 하던 변씨와 1984년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변씨는 이후 오락실 사업 등으로 큰돈을 벌며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졌지만 술을 마시면 이씨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어린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여러 차례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맞았고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가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범행 직후 이씨는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30년 가까이 이어진 가정폭력으로 쌓인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다는 것이었다.

“30년간 폭행당하며 살아왔다”…법원은‘징역 4년’선고

검찰은 이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범행 배경으로는 부부 사이의 재산 문제도 제시했다.

이씨는 친정집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과정에서 남편과 위장 이혼을 한 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남편의 재산을 법적으로 분할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씨 측은 돈 때문에 남편을 살해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이씨는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결혼했고 이후 30여년 동안 폭언과 폭행 등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오랜 기간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남편에게 특별히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결국 배심원 다수의 평결을 토대로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요청했다.검찰은 “망자는 말할 수 없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객관적인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이씨 측은 사건의 본질이 장기간 이어진 가정폭력에 있다고 강조했다.변호인은 “부유한 가정에서 감춰져 있던 가정폭력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남편이 이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등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오랜 기간 성적 학대와 폭행을 당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과 아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그는 아들이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을 걱정하며 “세상을 너무 몰랐다.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잘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박까지 한 점 보면 단순 우발범행으로 보기 어려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남편의 생전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행위 자체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남편의 생전 가정폭력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라고 지적했다.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해결 방법을 찾지 않은 채 남편의 생명을 침해한 이상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범행 수법에도 주목했다.이씨가 남편의 팔다리를 묶어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단순히 순간적인 분노에 따른 우발적 범행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 정황 역시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에게 유리한 사정도 함께 고려했다.약 30년에 걸친 결혼 생활 동안 남편으로부터 인격적인 모독과 폭언,폭행 등을 겪으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아온 점,임요환 홀덤 상금신경성 우울증을 앓았던 점,범행 직후 경찰에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이었다.

여기에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유족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종합해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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