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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는 저명한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인 영화 감독이 큰 상을 받았다는 뉴스가 우리를 설레게 했다.영화를 통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온 거장 감독은 '기술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에 집단해고를 이야기해야 할 필연성이 강해졌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감독은 2009년에 있었던 쌍용차 정리해고와 파업,강제 진압 사건을 접한 뒤 이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한국 사회에서 집단해고의 고통은 스크린 밖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2023년 2일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주식회사(아래 한국옵티칼)'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난 여름 부당해고를 다투는 행정소송 2심 패소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쌍둥이 외투기업'의 해고와 청산.노동자들의 법정 투쟁
니토덴코는 편광필름을 제조해서 삼성,엘지,애플 등에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편광필름은 TV,아시안게임 롤 금메달모니터,휴대폰,노트북,태블릿 등에 필수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부품이다.니토덴코는 2003년 경북 구미에 있는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설립했다.일본 본사인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가진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한국법 상 '외국인투자기업'으로서 토지 무상임대,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보다 앞선 1999년 니토덴코는 경기 평택에도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 주식회사(아래 니토옵티칼)'를 설립해서 공장을 운영하였다.니토옵티칼 또한 첨단 기술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이라는 이유로 각종 세금을 감면받았다.한국옵티칼은 구미에서 주로 편광필름 후공정을,한국니토옵티칼은 평택에서 전공정과 후공정을 수행했다.관리자들은 두 회사를 '원코리아' 관점으로 경영했고,직원들도 두 회사를 '쌍둥이 자회사'라고 불렀다.
그러던 중 구미의 한국옵티칼은 2019년 2월 1차 구조조정에서 전체 인원의 약 59%(536명 중 316명),2020년 3월 2차 구조조정에서 전체 인원의 약 63%(236명 중 149명)를 희망퇴직시키더니,2022년 10월 공장 화재 발생 이후 3차 구조조정에서는 전체 인원의 약 92%(210명 중 193명)를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화재 직후,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니토옵티칼의 평택공장에서 대체생산되었고,기존의 합국옵티칼 고객이었던 엘지디스플레이 등에는 니토옵티칼이 납품을 하기 시작했다.직원을 내보내고 거래처와 기술노하우도 니토옵티칼에 넘긴 한국옵티칼은 회사 자체를 정리하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3차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17명은 결국 해고 통지를 받았다.해고자들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구미공장 옥상에서 600일 동안 고공공성을 이어갔다.정치권의 약속을 믿고 고공농성은 해제했지만,국정감사 등으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해고자들은 니토옵티칼,한국옵티칼을 상대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제기하였다.행정심판 패소,행정소송 1,2심 패소를 당했고,이제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의 최종 심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항소심 판결의 법리오해,판단누락의 위법
해외 기업(모회사)이 한국에 설립한 법인(자회사)은 태생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하청기지로 전락하거나,자본철수에 따른 고용불안의 문제를 안고 있다.때문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철수에 대응하기가 매우 까다롭다.행정소송에서는 위와 같은 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아래 주장이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① 니토옵티칼,한국옵티칼은 근로기준법 상 '하나의 사업'을 구성하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갖추지 못하였다,② 두 회사가 '하나의 사업'에 해당하지 않아서 한국옵티칼의 청산에 따라 통상해고가 이루어졌다고 보더라도,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③ 한국옵티컬의 사업이 니토옵티칼로 이전되어 영업양도 되었으므로,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고용이 니토옵티칼로 승계되어야 한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아래와 같이 다른 법리를 기준으로 가져와서 원고들 주장을 배척하거나(법리오해),기존의 대법원 판례 상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적법한 해고라고 섣불리 결론 내렸다(판단누락).
첫째,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서는 상법이나 민법과 달리 '회사'가 아니라 '사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특히 근로기준법은 적용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1조).해당 조항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한 규정으로서,입법자들은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격이 노동법의 적용단위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전제한 것이다.이 소송에서 해고자들이 제기한 주장도 니토옵티칼,암호 화폐 정부 규제한국옵티칼이 일본 모회사인 니토덴코의 통일적 사업운영 아래 한국 내 편광필름 생산·공급을 담당하는 하나의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즉 근로기준법상 '하나의 사업'을 구성한다는 점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즉,'하나의 사업"에 관한 판단기준은 이 사건 원고들과 유사하게 외국적 요소가 있는 근로관계(국제근로관계)에서 발생한 부당해고 사건에서 이미 대법원이 설시한 바 있다."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같은 법 제11조 제1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법인격의 분리 여부가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므로 법인격이 다른 기업 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다만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의 기업조직 사이에 단순한 기업간 협력관계나 계열회사,와이즈토토 홈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라는 판시가 그것이다(대법원 2024.10.25.선고 2023두57876 판결 등).
그런데 항소심 법원은 법인격 부인 법리에 관한 대법원 2006.8.25.선고 2004다26119 판결을 인용하며,법인격 부인의 요건인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완전한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상 '하나의 사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한국 내 자회사들의 법인격이 부인된다는 주장까지는 한 적이 없다.단지 두 개의 자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운영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달라고 청구하였을 뿐이다.이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서로 다른 법률문제인 '근로기준법 상 사업단위에 대한 법리'와 '법인격 부인 법리'를 혼동하는 법리오해를 하였다.그 결과 전자를 인정받기 위해서 후자에 대한 요건까지 추가적으로 충족할 것을 요구하여,근로기준법 상 '하나의 사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관문을 더욱 좁혀 놓았다.
둘째,사업의 폐지 또는 청산 그 자체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통상해고 시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한다.기업이 사업을 폐지하고 법인을 청산할 경영상 자유가 있다는 것과,그 과정에서 근로자 전원의 근로관계를 어떠한 고려도 없이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업폐지에 따른 통상해고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인지,관계회사로의 전적·출향·우선채용 등 고용유지·피해완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대법원 판례상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이 사건과 같이 관계회사에서 대체생산,신규채용이 실제 이루어진 사례까지 존재하는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대해서 법원은 이제라도 판단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법원은 '통상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 이유만으로 '통상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통상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였다.
셋째,백 번 양보하여 한국옵티칼과 한국니토옵티칼을 근로기준법 상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서로 독립된 사업단위로 보더라도,법원은 영업양도에 따른 고용승계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했다.영업양도의 의미에 대해서 법원은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영업의 일부만의 양도도 가능하고,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대법원 1991.8.9.선고 91다15225판결 등 참조)","영업양도는 반드시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 계약에 의하여도 가능하다(대법원 2009.1.15.선고 2007다17123,17130 판결 등)"라고 판시했다.그런데 원심 판결은 명시적인 양도계약,물적 설비의 소실 및 근로자 미승계만으로 영업양도를 부정하여,영업의 기능적 동일성과 묵시적 영업양도에 관한 주요 공격방법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였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사업장 판단 기준에 대해 대법원이 답할 차례
영화제 트로피를 손에 쥔 거장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영화의 역할은 질문을 하는 것이며 계속 영화로 질문할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대에 해외 기업이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복수의 자회사를 통해서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할 때 구조조정에는 어떠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하는가.
삼성,엘지 같은 고객사는 니토옵티칼,한국옵티칼이든 상관없이 본사인 니토덴토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으면 그만인데,그 과정에서 자본은 외국인투자기업이라는 이익은 2배로 누리고 근로기준법 상 절차는 피해가는 것이 정당한가.서로 다른 지역에서 두 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이라면 이렇게 쉽게 공장을 철수하면서도 대체생산은 계속할 수 있었을까.
재판도 결국은 질문과 답을 하는 과정이다.입법부는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제11조에 '사업 또는 사업장'을 규정하여,법인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근로관계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예정해 두었다.이를 해석해서 개별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다.위와 같은 우리 사회의 질문을 법률가는 '법리오해,판단누락'이라는 법적인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했다.이제는 대법원이 답할 차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유태영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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