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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개성 갈비곰탕’
선선해진 바람 따라 오래된 탕집으로
부드러운 갈빗살,마구리 뼈 없이 가득
뽀얀 국물에 소면 사리·대파 듬뿍 넣고
김치·섞박지 곁들여 한술 뜨면 무릎 탁
프랜차이즈선 못 느낄‘낭만 한 그릇’
화창한 가을날,포천을 찾았다.높은 건물 하나 없이 펼쳐진 하늘과 짧아진 해가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포천 하면 어린 시절 부모님과 처음 먹었던 이동갈비가 떠오른다.그때의 갈비 한 점에는 음식보다 더 오래 남은 가족의 기억이 담겨 있다.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포천에서 이번에는 따뜻한 갈비곰탕 한 그릇을 마주했다.
◆ 가을 포천
가을 날씨는 나들이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포천 하면 생각나는 게 이동갈비다.1990년대 어린 시절 부모님과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평소 외식으로 돼지갈비를 좋아하던 우리 가족은 포천의 한 갈빗집에서 저녁을 먹었다.평소보다 더 달큰하고 부드러운 갈비 맛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계산하던 그때,그게 실은 소갈비였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해하시던 어머니의 얼굴과 멋쩍게 웃던 사장님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그때나 지금이나 소고기는 비싸다.돼지갈비와 소갈비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렸던 우리와,자식 앞에선 당당하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이 합쳐진 것이 포천 이동갈비와의 첫 만남이었다.오히려 그때의 그 일 덕분에 우리 가족의 외식 리스트에는 종종 양념 소갈비도 포함됐다.평일 내내 원단,재봉틀과 씨름하시던 부모님은 일요일마다 이처럼‘작은 미식회’를 열었다.학교가 끝나면 일하는 어머니 옆에서 원단을 같이 뒤집고,밥 먹기 전 실밥을 뜯고,얀 슬롯 메모리건넛방에서 돌아가던 미싱 소리를 자장가 삼던 그때는 내게 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미팅을 마치고 포천 시내를 구경했다.삼삼오오 모여 있는 군인들이 이제는 어려 보이는 걸 보니 새삼 흘러간 내 세월을 가늠해 본다.가을이 깊어지니 어느덧 해가 짧아졌다.그 어느 계절보다 어스름한 하늘이 아름다운 때가 바로 이 가을이다.높은 하늘에서 오는 청량함이 해가 진 뒤 짙은 남빛에 녹아들어 묘한 기분을 만들어 낸다.날씨가 선선해지니 뜨끈한 탕이 생각났다.운전해 오는 길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어가던 갈비탕집이 생각나 발길을 돌렸다.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거닐며 낯선 동네에서 가을을 만끽해 본다.
오늘 찾은 곳은 포천의‘개성 갈비곰탕’이다.이른 저녁 시간,가게 안에는 이미 삼삼오오 모여 작은 술자리가 펼쳐지고 있다.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이곳의 대표 메뉴는 갈비곰탕이다.세월이 묻어나는 공간.주당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맛에 감탄하는 젊은 커플의 목소리.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거기에 더해 타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질감과 설렘이 참 좋다.가게는 문을 연 지 20년이 조금 안 됐다고 한다.세월이 느껴지는 걸 보니 이곳에도 많은 추억이 스며들었구나 싶다.
먼저 반찬이 나왔다.찬통에는 덜어 먹을 수 있는 김치와 섞박지가 우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춧가루를 머금은 모양만 봐도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군침이 도는 색이다.앞접시에 덜어 놓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이 김치는 그냥 먹어도 분명 맛있겠지만,곰탕을 한 입 먹고 난 뒤 먹어야만 그 진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곰탕
곰탕은 오랜 시간 고기와 뼈를 끓여 먹던 우리 음식문화에서 발전한 음식으로,조선 시대의 여러 기록에서도 고기를 삶아 국물로 먹는 조리법을 찾아볼 수 있다.특히 소를 귀하게 여기던 시대에 살코기뿐 아니라 뼈와 부산물까지 활용해 깊은 국물을 만들어 먹은 것은 우리 음식문화의 실용적인 지혜이기도 했다.
곰탕이라는 이름 역시‘고다’라는 조리법에서 비롯된 것으로,오랜 시간 끓여 재료의 맛을 우려내는 것이 핵심이다.근대에 들어서는 설렁탕과 함께 장터와 식당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한 끼 음식으로 자리 잡으며 서민들의 든든한 식사가 됐다.갈비곰탕은 이러한 곰탕 문화에 소갈비를 더해 갈비의 진한 육향과 부드러운 살코기를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곰탕이 담백하고 깊은 육수 자체의 맛을 중심으로 한다면,갈비곰탕은 갈비에서 나오는 풍미와 식감이 더욱 선명하다.좋은 곰탕은 단순히 국물이 진한 것이 아니라,고기와 육수의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끝맛은 깔끔해야 한다.파와 소금 정도로 간을 절제하는 이유도 육수와 고기의 본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밥을 말아 한술 떠먹는 순간 국물과 밥,고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곰탕이 가진 가장 소박하면서도 강한 매력이다.시대가 변해도 좋은 재료를 오랜 시간 정성껏 고아낸 한 그릇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곰탕은 그렇게 우리 식탁의 역사와 시간을 함께 끓여낸 음식이다.
<재료> 생통닭 1마리,양파 1/2개,마늘 5톨,생강A 50g,생강B 50g,월계수잎 1장,소금 30g,대파 1줄기,물 3ℓ,통후추 10g
<만드는 법> ① 통닭은 생강A를 넣은 물에 8분간 삶아 누린내를 제거한다.② 찬물에 삶은 닭을 넣고 양파와 마늘,생강B,월계수잎과 통후추를 넣어 뭉근히 끓인다.③ 끓기 시작하면 약 50분간 거품을 걷어 가며 천천히 익힌다.④ 닭은 건져 식힌 뒤 살을 바른다.⑤ 국물을 체에 거른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대파는 썰어 준비한다.⑥ 그릇에 닭고기를 찢어 넣고 국물을 부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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